아내가 임신을 했다는 걸 알았던 게 언제였더라.. 9월 중순이면 아직 날이 더운 어느 날, 산부인과에서 처음으로 초음파 사진을 찍고 서점으로 가 태교에 쓸 동화책과 임신과 출산에 관한 두껍고 화려한 지침서를 집어서 계산대로 몸을 틀었는데 눈에 휙 하고 비친 제목이 있었다. 임신한 아내를 위한 좋은 남편 프로젝트. 당연히 좋은 남편이 되어야 한다고 작심을 한 터라 머리말부터 몇 장을 펼쳤다. 남편으로서 아내의 임신에 무한한 감동과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이면에 지극히 개인적으로 안아야 할 고민스러운 단어 몇 개가 보였고 주저 없이 집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임신 기간을 셋으로 나누어 크게 세 장으로 나눈 구성으로 책을 집어든 첫날 임신 후 두 번째 세 달까지 단숨에 읽어내렸다. 임신 후 두 번째 세 달이 지나간 지금에 돌이켜 보면 남편들에게 희망을 주고 어떻게든 그럭저럭 견딜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거나, 출산 후 찬바람도 쐬지 못하는 우리의 아내들과는 달리 샤워와 조깅이 바로 가능한 원저자가 사는 동네 아내들의 이야기가 우리 실정에 전혀 맞지 않음을 감추고 반짝 판매에 매진하기 위해 능청스레 서평을 적은 옮긴이의 농간에 걸린 것은 아닌가 싶다.

너무 멀게 남은 날 때문에 기억하지도 못할 이야기를 읽는 것 아닌가 싶어 남겨두었던 임신 후 마지막 세 달을 복동이 예정일로부터 100일 남겨둔 오늘 마저 다 읽었다. 마지막 세 달은 조금 현실적으로 다가왔는데, 아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요즘 책에서 하라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더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블로그의 링크를 따라 가보니 벌써 다 자란 아기를 흐뭇한 표정으로 담아 업로드했을 인생 선배들의 사진과 글들이 널려 있었다. 큰일이다. 좋은 남편과 아빠가 되어야지 아직 다짐뿐인데 복동이가 100일 남았다며 발을 툭툭 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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