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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하고 인천을 떠난지도 12년째. 그나마 총각 때는 주말이면 인천 집으로 다녔으니 2008년 결혼 이후로는 9년째 타지 생활이다. 결혼한 이듬해 8월까지 1년 5개월 가량 봉천동 빌라에서 살다, 8월 초순 강동구 성내동 전세 1억 1천만원의 연립으로 이사해서 서준이를 갖고 내 명의로 된 첫 차를 사고, 다시 1년 5개월만인 2011년 1월 강일동의 아파트에 입주해서 또 2년을 못채우고 2012년 11월 지금 살고 있는 용인으로 이사를 했다. 퇴근을 일찍 해도 만날 친구 하나 없는 외로운 동네지만, 주소지가 아닌 지역은 잘 모르기도 하고 입사 후 가입해서 10년이나 묵은 청약통장도 있고 해서 수원/용인 지역의 아파트 청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작년 초였다. 2015년 초는 이미 2014년까지 광교 지구의 아파트 청약 광풍이 한차례 4년간이나 휩쓸고 나서 Long tail처럼 남은 시기였기 때문에 청약에 눈을 뜨고보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보이는 시점이었다. 그러던 중 2014년 4월에 분양 소식이 있던, 아침마다 호수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입지의 중흥 S 클래스에 꽂혀서 출근길마다 분양 일정을 체크하기도 했다.
신분당선 광교중앙역과 광교호수, 야트막한 뒷산까지 모든 것을 가진 중흥 S 클래스는 지금 봐도 최고
청약을 넣을 때 한가지 유념했던 건 당첨되고 후회하지 않을 아파트를 고르는 것이었다. 청약통장은 가입한 햇수가 점수이고 당첨 후 계약하지 않으면 통장이 무효가 되기 때문에 급한 마음에 찜찜한 가치의 아파트에 넣었다가 덜컥 당첨이 되어버리면 10년 이상 보유했던 통장을 버리는 셈이 될 수도 있어서,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는 꼭 모델하우스를 방문해보고 넣을지 말지 결정했다. 4월이면 분양한다고 했던 중흥 S 클래스가 8월이 되어서야 분양 공고를 내어서 그 사이 두 곳의 아파트에 청약을 넣었고, 떨어졌다.
두 곳 다 테라스형 아파트였는데, 교통은 그닥 좋지 않았지만 테라스가 무척 매력적
중흥 S 클래스를 전후로 광교호수 근처에 포스코 더샵, 현대 I 파크 등의 분양이 있었지만 호수 뷰도 아니고 교통도 좋지 않아서 거들떠 보지도 않은 아파트들이 분양되고 팔려갔다. 반년 넘게 손꼽아 기다리던 광교 입성의 꿈은 중흥 S 클래스와 함께 멀어졌고, 입지도 애매하고 구조도 어이없이 빠진 광교 아닌 광교 근처의 ‘광교상현 꿈에그린’은 작년 10월에 분양해서 아직까지 미분양으로 선착순 계약 중이다. 무엇 하나 갖고 싶은 게 없어 보이는 ‘광교상현 꿈에그린’ 같은 분양도 있었거니와 신분당선 성복역과 롯데몰을 가진 ‘성복 롯데캐슬’처럼 청약 경쟁률이 10:1로 초만원을 이뤘음에도 동간 거리가 너무 좁아 선뜻 청약을 쓸 수 없었던 분양도 있었다.
(좌) 광교상현 꿈에그린 84a형 내부 구조, (우) 성복 롯데캐슬 조감도, 둘다 허걱
중흥 S 클래스 이후 맘에 드는 분양이 없어 고심하던 때에, 호수는 없지만 광교산 바로 아래 3천 세대의 단지와 2면을 둘러싼 개천, 그리고 신분당선 정자역 바로 다음 역을 가진 동천자이가 11월, 눈에 들어왔다. 용인시 당해지역인 만큼 당첨 기대도 높았으나 이것도 떨어졌다. 이편한세상 테라스, 자이 테라스, 중흥, 동천자이까지 4개를 바람맞고 포스코더샵, 현대I파크, 광교상현, 성복롯데를 그냥 보내고 나니 눈은 눈대로 높아지고 갖고 싶은 분양은 더 없을 것만 같아 낙심한 마음으로 5개월을 보냈다. 기흥, 동탄을 중심으로 분당선 역세권과 자연환경을 내세운 단지들이 새로 분양을 공고했고 수원역 너머 서쪽으로 호매실 같은 곳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와 신분당선 개통 계획을 앞세워 나름의 가치를 호소했지만 선뜻 통장을 써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4월, 생각치도 못한 사이 동천자이 2차 분양 소식이 있었다.
4 bay에 방은 4개여야 하고 room 크기도 넉넉해야 하며 예산 계획을 너무 초과해서는 안되는 등 몇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평형이 40평이라 동천자이 1차까지는 모두 104 m^2를 청약했었다. 중흥 S 클래스 84a형의 당해 수원지역 최저 청약가점이 69점이었고 미리 계산해본 우리 점수는 46점이라 84 이하를 청약가점으로 넣어서 될까 싶었는데 모델하우스에서 문의해보니 46점이면 가능성 있다는 말에 84 m^2에 청약하였다. 지나고 보니 104 m^2에 넣었어도 경쟁률이 낮아 당첨되었을 것이지만 84 m^2도 분양가가 높아 이제 섣부르게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 은퇴 이후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고 빨리 늙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침마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 맡으며 서울로 분당으로 어디든 소일하러 다닐 base, 홈 스윗 홈.
< 오류 잡습니다.> 광교 중흥S클래스 분양 일정은 14년이 아닌 15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