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결벽증인지 완벽주의인지, 눈에 잘 뜨이지도 않는 것들을 고치느라 적잖은 공을 들였다. 들이고 있다. 페이지 간의 글꼴이랄지 줄 간격 차이, 일본어 폰트, 그리고 갤러리의 썸네일까지. 사실 수정할 거리는 하려고 들면 계속 발견된다. 실제로 제로보드의 스킨 자체가 한 달 사이 6번이나 버그 수정 버전을 내어 놓았고, 텍스트 큐브 역시 보름 만에 새 버전이 또 나왔다. 버그라는데, 찜찜하지 않은가. 고치려 들 밖에.

민망한 어제와 오늘의 방문객 수가 불필요한 감정을 부른다. 소통하기 위한 블로그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과연 내가 원했던 것이 소통이었나 하는 핑계도 생긴다. 기본 없이 들여다보는 프로그래밍 언어 뭉치가 의도대로 움직여 줄 때, 안경을 잘 닦아냈을 때처럼 결함이 청소된 듯한 느낌은 그나마 좋은 축에 속한다. 문제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아 얼마든지 잊고도 지낼 수 있을 만큼 사소한 것에 집착이 쌓인다는 것이다.

집착이 쌓일수록 갖고 싶은 것, 고치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 요즘은 yepp P2를 사면 수시로 펌웨어를 업글해야하고, 서태지가 컴백할 즈음에는 서태지 EQ도 받아봐야 한다. 버그가 났다니까 불량품을 구매한 셈인데, 소비자는 묵묵히 제 집에서 펌웨어를 다운받고 설치하고 알아서 고친다. MOAI의 음색 하나하나를 듣고 감동하고 싶어 음장이 좋은 mp3 플레이어를 사고 반복해 듣기까지, 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차라리 결벽에 대한 고민 없이 무딘 음질의 구형 cdp로 듣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지도 모르겠다.

심심하지 않으려고 산다. 그것이 열정이건 관심이건 혹은 사랑이건 간에, 시간을 구동하는 동력은 항상 팔팔하게 돌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먼지 같은 집착에 걸리면 방향을 잃는다. 본 블로그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소통하고자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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