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산천어 축제
아들은 3년쯤 전부터 산천어 축제를 가고 싶어했다. 마침내 평일 이른아침 5시반쯤 어둑한 시간에 출발, 춘천휴게소까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고 곧 날이 새었다. 인형뽑기로 4천원을 날리고 포기를 배운 아들을 달래며 화천까지는 생각보다 금방이었고 축제장인가 싶은 비주얼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길가에 주차된 차들을 한참 뒤로 보낸 뒤였다.
< 인형뽑기 앞에서 환하게 빛나는 >
주차된 차들과 불안한 마음을 뒤로하며 내비게이션에 찍은 ‘화천 산천어 축제’까지 슬금슬금 가다보니 ‘인터파크’를 통해 사전 예약한 사람들을 위한 주차장까지 안내한다. 사전예약+평일+오픈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뭔가 여정이 순탄하다. 티켓부스에서 예약번호를 티켓으로 교환하고 보니 개장 10분전. 줄 앞에 10여 팀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개장신호와 함께 우르르 들어가는 걸 보니 벌써 좋은 자리는 다 차지된 듯 했다.
< 아들아 줄서라, 아빠는 표 끊어오께 >
처음 온 초짜가 자리 탓하는 것도 우습지만 몇번 낚시질을 하다보니 우리가 맡은 자리는 명당 바로 옆자리! 바로 옆에 우리보다 늦게 오신 내외분이 순식간에 한마리씩 쑥쑥 뽑아올리시는 게 아닌가! 마침 지나가시는 가이드분께 부탁해서 고기가 잘 잡히도록 낚시줄 길이를 고정해놓고 나서야 첫 손맛을 볼 수 있었다. 아침 첫 시간에 산천어들도 우왕좌왕 했는지 잡히는 족족 꼬리 아니면 옆구리가 찔려서 낚인 건 초심자의 행운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 세상 진지한 아들. 고기 좀 무는 자리 찾는 아들 덕에 구멍 6개 뚫느라 아빠 끌질 좀 했다 >
4갠가 연속 꼬리와 옆구리 낚아채기 신공으로 나만 신났는데 아들이 처음 잡았다고 하여 보니 제대로 입가에 물렸다. 내가 잡은 건 좀 어수룩하게 자란 크기였는데 커다란 산천어는 아들이 다 잡아 올렸다.
< 편한 자세로 낚아야 한다고 돗자리 과다 사용 >
부자가 합심하여 열댓마리쯤 잡았으나 인당 세마리 밖에 반출이 안되어 한마리는 구워먹고 세마리는 회떠먹고 두마리는 준비해간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으로 가져왔다. 회뜨고 구이 하는데 2천원씩 밖에 안들어서 현금을 넉넉히 준비해가지 못한 것이 좀 아쉬웠지만 (군밤, 산천어빵?, 와플 등등 현금으로만 판매하는 품목이 더러 있었다.) 티켓과 함께 받은 상품권으로 20개 들이 찐빵도 사오고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매우 높은 축제였다. 아들도 내년에 또 오자며 높은 만족감을 표시했고 무엇보다 단둘이 떠난 여행으로 사랑스러운 아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 회를 엄청 좋아하심 >
< 구이도 맛있게 드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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