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요람을 찾아서 Sterkfontein

인간이 태어나 100년을 산다고 할 때 2백만 년이란 시간은 죽고 나기를 2만 번 거듭해야 하는 시간. 그래도 감이 오지 않는다. 기원 후 2000년을 한 주기로 했을 때 천 번을 반복해야 가능한 시간. 참으로 긴 시간을 견뎌내려고 화석이 된 여인이 있다. 길고 긴 세월을 건너 그녀가 전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인류의 요람을 찾아서

cradle of humankind

 

요하네스버그에서 약 50km 떨어진 곳에 인류의 요람으로 불리는 세계유산이 있다. 199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의 화석을 포함하여 화석이 발견되는 동굴만 36개가 넘는다. Mrs. Ples 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가 발견된 Sterkfontein을 다녀왔다.

 

Mrs, Mr, Miss P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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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그, 그 아이의 이름 Ples는 near-man이라는 뜻의 학명에서 유래하였다. 발견 당시의 판단으로 Mrs, 이후 추가 검사를 통해 어린 여성과 남성의 특질도 발견되었지만 여전히 Mrs. Ples로 불리는 그녀는 약 2백만 년 전 이곳에서 살았던 인류 중에 가장 온전한 형태로 화석이 되었다. 1947년에 발견되어 2004년에는 위대한 남아프리카인 100명에 들기도 한 그녀로 인해 이곳이 인류의 요람으로 불리게 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다.

 

Sterkfon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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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드나드는 입구는 Sterkfontein 본래의 입구는 아니라고 한다. 금맥을 찾던 광부에 의해 인공적으로 조성된 동굴 입구는 붕괴를 막기 위해 여러 나무기둥으로 지지되어 있으며 현재는 관광객이 드나드는 입구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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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출입 통제를 해놓은 곳이 보인다. 1997년에 Little foot이라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이 발굴되어 현재까지 발굴 진행 중이다. Sterkfontein 동굴에서 발굴된 인류 화석은 총 500구가 넘어 이곳에서만 전세계 인류 화석의 1/3 이상이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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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rkfontein에서 이렇게 많은 시신이 발견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곳은 플리나 리틀 풋이 살다가 매장된 동굴이 아니다. 관광객이 다니기 좋게 열린 입구가 아니라 본래 바깥과 통하는 구멍은 동굴 바닥에서 머리 위 수십 미터나 높은 곳에 있었다. 지금은 구멍 주위에 펜스를 설치하여 쉽게 접근할 수 없지만 실제 이곳에서 발견되는 화석은 저기 높은 곳에서 실족하여 추락한 결과라고 한다. 동굴 안 빛이 전혀 없는 곳에서 추위와 굶주림, 절망 속에 화석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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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바깥 구멍을 통해 떨어진 잎. 추위와 어둠에 독이 오른 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동굴 안 호수

동굴 안에는 알려진 깊이만 40미터가 되는 호수가 있다. 1980년대 한 잠수부가 호수의 깊이를 측정하기 위해 잠수하였으나 출구로 이어진 끈이 끊어져 이후 동굴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2백만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동굴의 어둠은 여전히 그곳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을 갈라놓고 있었다.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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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10시에 출발하여 동굴에 들어가기 직전 시각 11시 15분쯤. 해시계가 정확하다. 어학원에 재학 중인 증빙으로 입학허가증을 보여주면 학생 요금인 80란드로 입장 가능하며 근처 마로펭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통합 입장권을 구매하는 것이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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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의 화석을 조사 중인 로버트 박사 동상의 코를 만지면 행운이 있고 손을 만지면 지혜가 생기는 바람에 코와 손이 유난히 반짝거린다. 유의할 것은 욕심에 둘 다 만지면 오히려 해가 되니 하나만 골라서 만져야 한다. 그날 나의 행운은 무엇이었을까.

201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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