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발상과 기술의 적절한 조합

아바타. 내용보다 볼거리가 화려하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휴가를 낸 평일 이른 아침 8시 강변역에서 조조 3D로 보았다. 극장 화면으로 보는 3D의 첫 경험은 조금 신선했는데, 판도라의 우거진 숲, 떠다니는 씨앗과 불씨는 스크린까지의 거리를 무색하게 할 만큼 관객을 감싸기도 하였다. 3D가 아니고서야 같은 감동을 느낄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바타의 3D 기술은 불가결해 보인다.

영화 내용을 미리 알지 않아도 이야기는 상상하며 쫓아가기에 그리 바쁘게 진행되는 편은 아니다. 따라서 스포일러가 영화 감상을 방해하는 경우 이 글은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읽히기를 바란다. 그보다는 영화에서 가능한 가정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더 흥미로운 영화였다. 아바타가 대변하는 미래 기술, 그리고 판도라 혹은 나비족이 암시하는 지켜야 할 어떤 가치에 대한 영화의 표현력은 흠잡을 것 없이 매끈하다.

영화가 있기 전 한때 프리챌이 유료 아이템을 팔며 잠시 시대의 키워드가 되기도 하였던 아바타. 가상현실의 또 다른 자아라는 개념이 가상의 아이템을 위한 현금 소비가 되고 금세 그마저 시들해진 사이, 저들은 이렇게 멋진 상상력으로 역사의 한 챕터를 가정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디언의 위장을 하고 만물과 정신을 교감하는 나비족의 대지에는 황금 같은 자원 언옵타늄이 매장되어 있으니.

신분과 종교의 차별을 피해, 혹은 새로운 부를 찾아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유럽인들이 자행한 토착 문화의 파괴는 황폐해진 자연환경을 벗어나 새로운 자원을 위해 원주민의 사회를 무력 침공하는 영화 속 지구인의 스토리와 정확히 들어맞는다. 쫓겨난 좁은 자리에서 생명력을 상실한 문화의 단편으로 거대한 원형을 복원해낸 영화는 우주 어딘가에서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신성한 기운을 상상하게 한다.

지구인, 혹은 주류의 미국인이 패배하고 거대한 질서가 승리하는 이야기와 지구인 영웅이 나비족으로 융합하는 설정을 영화화한 것도 미국 문화의 힘이다. 미국으로 대변되는 지구 상의 절대 파워는 진정 지키지 못한 가치에 대해 죄책감을 간직한 것일까. 이런 영화가 지극히 주류의 방식으로 생산. 유통되는 것도 영화라는 매체의 잠재력이자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너라면 외계인 할 거야, 지구로 돌아올 거야?’ 영화가 끝나고 화장실에서 떠드는 초딩들의 대화에서 그 한계를 느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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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sponses

  1. maude 댓글:

    나도 엇그제 봤다.. 아바타..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돌아오면 떠났던 그녀의 마음도 다시 잡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달까

  2. JOY 댓글:

    아앗! 트윗으로 읽었을 때도 생각해봤는데, 빨간 스포츠카.. 가 기억이 안나 ㅠㅠ

  3. maude 댓글:

    토루크 막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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