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끊어진 퓨즈의 추억

2011년 4월 2일, 토요일

낮 12시 10분, 정전이 된 지 10여 분이 지났다. 남아공에서 맞는 첫 번째 정전. 이 나라에 정전이 얼마나 잦은지, 얼마나 긴지 알지 못하나, 처음 맞는 정전이 낯설고 당황스럽다. 전기가 나가고 인터넷도 먹통이 되어 순간 고립에 빠져버린 느낌. 외부로부터의 연락이 닿지 않는 고립된 방안. 단절이 내게 얼마나 익숙하지 않은지, 홀로 보내는 시간의 불안함이 익숙한 습관처럼 되었다. 뒤처지지 않으려 애를 쓸수록 나만의 시간에 불안해하고 소홀했던 나날. 최선이 아닌 차선이라 위로했었지만 결국 견디지 못하고 퉁겨지듯 1년이란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다.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시각을 달리 1년을 살아보면 이 찜찜한 불안감조차 보약이 되어 있지 않을까. 열심히 달려왔는데 애초에 잘못 든 길이었다고 하면 다른 길로 또 열심히 달리기보다 잠시 서서 멍하니 충격에 잠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위로하면서.

12시 40분, 어서 전기가 돌아왔으면. 여전히 이러고 있다. 쉽지 않다.

2011년 4월 3일, 일요일

어제의 정전은 전기 과다 사용으로 인해 차단장치가 자동으로 내려져서 생긴 일이었다. 게스트하우스의 메이드가 불러 가보았더니 차단기가 내려져 있었고 쉽게 복구할 수 있었다. 이후 두어 번 더 차단기가 내려갔으나 전기 먹는 하마를 끄고 나니 아직까지 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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