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에서 보내는 편지
Landing, South Africa
인구 5천만, 1인당 GDP가 1만 불이 넘고 대한민국의 12배나 되는 영토를 가진 아프리카의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반세기 가까이 인구의 10%에 못 미치는 백인이 90%가 넘는 원주민, 유색인과 아시아인을 분리하고 그들만의 나라로 만들려던 곳. 2011년 3월 24일, 요하네스버그 오알탐보 국제공항에 첫발을 디디며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수없이 되물었던 질문을 다시 떠올렸다. Why Africa?
일밤 ‘나는 가수다’의 MBC PD 쌀집아저씨는 70여일 아프리카를 다니며 자신을 이곳으로 부른 것은 원시의 펄떡이는 생명력이었다고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보낸 기사와 공항을 빠져나오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다. 백인과 사업을 하며 원시의 생명력을 느낄 것은 아니지 않은가. Why South Africa?
선진국? 후진국?
잘 포장된 도로와 유럽식 표지판, 퇴근 무렵의 분주한 도로를 가득 메운 BMW, 폴크스바겐과 토요타를 보면서도 그저 관련 산업이 발달한 아프리카의 한 나라 정도로 느껴졌던 첫인상은 두 도로가 하나로 모이는 지점에서 작은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대한민국 성인 운전자의 운전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체구간에서 꼬리물기’가 요하네스버그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낯선 광경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 아닌가. 순서대로 손짓하며 먼저 보내는 양보의 미덕은 선진국 국민의 여유에서 비롯한다고 믿고 있던 참에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은 혹시 여기가 선진국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던져주었다. 차별정책이 성공하여 아프리카의 남단에 백인만의 나라가 탄생하였다면 이곳 남아프리카는 좀 더 안정 속에 성장할 수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비현실적인 상상이다.
울타리 문화
미국이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다인종이 공정한 룰에 따라 살아가는 멜팅팟 문화 때문이라고 한다. 다양한 인종으로 무지개 나라를 자처하는 남아공화국은 더불어 사는 문화의 관점에서 볼 때 정확히 그 대척점에 있었다. 1910년 영국령 남아연방 건국 이후 네덜란드계 백인에 의해 구체화된 차별정책은 1961년 아프리카너 백인정권의 남아공화국 수립을 거쳐 1990년대까지 국제사회의 경제, 정치적 고립과 지탄 속에서도 한 세기 가까이 유지되었다. 아파르트헤이트의 유산처럼 남은 요하네스버그의 다운타운에서 은행 일을 보려다 30여분 진땀 흐른 운전 끝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돌아오는 길에 포웨이즈의 울타리를 통과하며 느낀 편안함이야말로 남아프리카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내일이면
남아공 도착 12일 차. 내일이면 게스트하우스를 떠나 11개월을 묵을 고정숙소로 이사를 한다. 열하루 동안 울타리 바깥에서 만난 흑인 때문에 참 많은 것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다. 버스도 지하철도 택시도 없다. 위험해서. 택배도 없다. 도난당할까봐. 곱슬머리 곱게 딴 흑인머리 안 감겠지. 더럽겠지. (은행 일 보면서) 일을 모르면서 막 하는구나. 아는 사람이랑 같이 안 왔으면 손해 볼 뻔했다. 내일이면 요하네스버그의 강남, 샌턴의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걸어 다녀야지. 우체국도 알아봐야지. 흑인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지. 생각해보면 이게 다 아파르트헤이트 때문이다.
2011.4/4
ㅎㅎ 이런걸 다 만들었었어?
일주일에 하나씩 올리면 2년은 올릴 듯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