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들
노랗게노랗게 물들었네,
빨갛게빨갛게 물들었네,
주황케주황케 물들었네,
파랗게파랗게 물들었네,
초록케초록케 물들었네,
‘13.11/8
여름이 덥다, 겨울이 춥다의 계절이면 가을은 덥다에서 춥다로 변한다의 계절. 거리에 반팔과 긴팔이 혼재하고, 외투를 재빨리 꺼내 입는 사람과 여름 옷을 마냥 입는 사람이 드러나며, 추위를 타는 이와 즐기는 이가 계절의 호불호를 가린다. 이 어쩌지 못하는 변화에.
‘13.10/17
밥 잘 먹고 엄마 말 잘 들으면 사달라는 또봇c를 사주겠단 약속에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이란 듯 두 번 고민도 없이 대답은 시원하게 하고서, 잠자리에 들면 눈 감고 자라,는 엄마말을 절대로 듣지 않는 아들. 어제 늦은 밤엔 퇴근하고 슬며시 눕는데 또봇c를 달라며 저녁 많이 먹었다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지금 생각하니 하이어라키를 틀린 아빠가 잘못했다. 밥 많이 먹고, 누우면 바로 자야지 또봇을 사주겠다고 했어야 했는데.
‘13.10/16
아침밥 먹으면서 든 생각 : 군대에서 한쪽팔 식탁에 기대고 밥먹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혹시라도 음식물 찌꺼기를 소매에 묻히고 작전수행하다 적에게 냄새로 추적당할 수 있기 때문 아니었을까.
‘13.8/1
한편 네팔에서는 히말라야 정상의 차디찬 눈이 녹아 엄청난 수량으로 흐른다는 계곡, 그 흐름을 거슬러 차고 오른다는 히말라야 트라우트 구이도 먹었다. 탄탄한 송어의 살집을, 허겁지겁.
‘13.6/12
이맘때, 정돈되지 않은 초록이 무더기무더기 피어오르고, 들꽃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희고 노란 것들이 흩뿌린 듯 저마다 숨쉬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이것이 이땅의 생명력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다듬어질 수 없고 난잡한, 줄기처럼 질긴 생명력.
‘13.6/12
다리 기어가 풀려 누운 로보트를 세워달라는 뜻으로 같이 따라 눕던 아들이 자꾸 아른거린다.
‘13.4/25
회사를 옮기고 이사를 했다. 풀지 않은 짐을 베란다 귀퉁이에 놓아두고 꺼내지 않은 감정을 뒤로 한 채 살아가는 건 삶이 쉴 틈 없이 계속되기 때문에. 살아야하는 것과 살아지는 것 사이 좁은 틈으로 위로하지 못한 상처가 무더기무더기 쌓이다, 빠개져 스민다.
‘12.12/11
우연히 들른 커피숍에서 베이글을 시키고, 블루베리를 골랐다. 어느 밤 차안에서 아내가 했던 얘기가 떠올랐기 때문에. 아내와 남편 사이에 평생 짊어지고 갈 이야기가 있는 법이다. 감히 페이스북 따위로 자위하지 못하는, 둘만의 비밀 같은 것. 열리면 독이 되는 판도라상자처럼.
‘12.12/11
그대가 남긴 모든 글과 사진을 기억합니다. 그속에 담긴 당신의 생각과 시선을 곱씹어 이해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를 둘러싼 상황은 바뀌었어도 그때 그 마음 변하지 않았다면 지금 더 눈부시겠죠.
‘12.10/17
내 여자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사랑을 그리움을 보고 싶음을 이맘 다하도록 전해도 모자라기만 한, 내 생의 단 한 사람.
‘12.10/17
끝없이 후토스를 보거나 욕조에서 물놀이를 멈추지 않는 아들을 보며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부모의 도리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보니 비슷한 내용의 트윗을 작년에 썼던 것 같아 살짝 고쳐본다 : 지나치다고 느끼는 자각, 그것을 멈출 수 있는 능력의 유무가 내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가는지의 여부를 가름하는 기준 아닌지.
‘12.10/11
애니팡 하트는 이제 말로 안부를 묻기는 뻘쭘하나 하트를 베풀만큼 내 자비심이 그대에게까지 넘쳐흐르오, 라는 의미가 된 듯.
‘12.10/9
반복의 힘 : 심지어 애니팡도 계속하면 는다.
‘1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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