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반, Natal Lion Park
아프리카의 이미지로 쉽게 떠올리는 드넓은 초원과 한가로이 풀을 뜯는 다정한 기린은 사람이 사는 마을에 있지 않다. 아프리카에서도 동물을 보려면 사파리나 동물원에 가야 한다. 사파리는 4×4를 타고 초원에 난 길을 따라 초지를 돌면서 동물이 서식하는 곳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고, 동물원은 한국의 동물원과 같이 우리 안에 동물을 가둬놓고 걸어서 구경하는 형태이다. 이외에 사파리와 비슷하지만 사자만 모아놓은 파크가 더반과 요하네스버그에 있는데 그곳이 라이온 파크이다.
차량 주의 사항
음슐랑가에서 서쪽으로 84km 떨어진 나탈 라이온 파크까지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더반의 라이온 파크는 자차를 이용해서 진입하게 되어 있는데, 산악 드라이빙을 일반 세단으로 달리기에는 도로 사정상 다소 무리가 있다. 이곳은 4×4나 레인저를 운영하지 않으므로 별도 SUV 등을 렌트하여 방문하는 것이 좋다.
라이온 파크의 코끼리
총 길이 약 6km의 산악 도로를 덜컹거리며 살살 달리다 보면 큰 똥무더기 피하랴 거친 도로에 차 바닥 안긁히게 조심하랴 운전하는 사람으로서는 정신이 쏙 빠질 것이다. 그러나 옆자리에 앉아 가는 경우 진입하자마자 아무 것도 없는 산악 도로에 금세 지루해지기 쉽다. 뭐 이런 걸 100 란드나 받아가며 운영하나 싶은 생각이 들 만할 때 눈앞에 코끼리가 나타났다. 약 1.7km 정도 달렸을 때였나.
헤이, 컴온! (풀이: 오셔서 사진 같이 찍으시죠)
타이어에 뽀얗게 앉은 먼지
아프리칸 코끼리 vs 아시안 코끼리. 둘다 무섭다.
니 똥이었구나!
거대한 코끼리의 진한 여운과 사육사 팁 5란드를 뒤로 하고 다시 아무것도 없는, 심지어 코끼리 똥도 더이상 없는 3.6km를 조심조심 달리면 드디어 사자 우리가 나타난다. 차량 선루프 및 창문을 열지 말 것. 차문을 잠글 것. 사자가 접근하더라도 차를 멈추지 말고 계속 이동할 것.
라이온 열 마리
우리 입구는 꽤 튼튼하다.
차가 지나가건 말건 심드렁
덤빌 기세는 전혀 없지만 그래도 창문 열고 찍어볼 엄두가 안나 사진이 깨끗하지 않아요
멋진 암수 한 쌍
서너 마리씩 서넛 정도 모여있어 약 열 마리가 그리 넓지 않은 우리 안에 널브러져 있다. 낮에는 더워서 널브러지고 밤에야 활동하니 낮에 방문하는 차량이 위험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창문을 열고 카메라를 들이댈 용기는 나지 않는다. 라이온 파크에서 드디어 라이온을 봤다는 안도감을 안고 우리 출입구를 나오기 전에 문지기에게 팁 5란드 한 번 더.
나탈 라이온 파크 비추
일반 세단으로 달리기에는 도로 상태가 매우 좋지 않고 초반의 코끼리 외에는 거리가 있어 지루한 점, 정작 우리의 규모가 작아 널브러진 사자 고작 열 마리 남짓 구경하는 것 등을 고려할 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먼길을 이동하기에 썩 추천할 만하지는 않다. 라이온 파크는 요하네스버그가 좋다고 하니 더반에서는 사자가 보고 싶어도 참으시기를.
2011.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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