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반의 긴박한 밤

7월 6일 저녁, 더반의 힐튼 호텔과 ICC 주변은 날이 어두워지도록 알 수 없는 흥분에 싸여 있었다. 현지 시각 5시 20분쯤 라디오를 통해 ‘평창’이 울려퍼졌고 독일과 프랑스의 수장이 ICC를 빠져나가느라 긴박한 싸이렌이 몇 분의 간격을 두고 다급하게 울리며 도시를 가로질러 사라졌다. 공식행사가 시작한 7월 4일 이후 IOC 위원들과 한국인만이 힐튼 호텔을 차지한 밤이었다.

비 내리는 전야

전날이었던 7월 5일은 더반에 모처럼 비가 내렸다. 투표를 앞둔 전야제가 근처 플레이하우스라는 극장에서 있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힐튼 호텔 – ICC – 플레이하우스를 잇는 동선에는 그날따라 바쁘게 움직이는 차량이 줄을 이었다. 전야제를 준비하는 플레이하우스 앞 도로가 차단되는 바람에 우회하는 일반 시민의 차량과 행사 차량이 뒤섞여 혼잡해진데다 년중 따뜻한 더반의 날씨마저 비바람에 추워져 밤이 늦도록 긴박감을 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야제가 끝날 즈음 추위와 배고픔에 유난히 혹독했던 것도.

날은 개고 아, 연아

남아프리카를 상징하는 푸른 하늘이 힐튼과 ICC를 유난히 돋보이게 했던 아침이었다. 이렇게 좋은 날,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프랑스는 일찌감치 제쳐두고라도 심지어 독일 언론까지 평창의 승리를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그런 공감대가 있었다. 느긋하게 연아의 스피치를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스피치가 진행되던 그 순간 ICC의 바깥에서 아쉬운 마음을 담아 셔터를 눌렀다.

ICC의 바깥, 옛 더반 교도소 감시탑과 벽 너머 연아가 IOC 위원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가던 그 순간

더반이 여럿 살렸다

대한민국의 승리를 알리는 발표 후 한참이나 자리를 뜨지 못하던 유치위원들은 ICC에서 승리의 만찬이 끝나자 더반 한인과 대통령이 준비한 별도의 만찬장소인 리버사이드 호텔로 이동했다. 그날 밤 어떻게 잠이 들었었는지. 늦도록 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끼리 짧았던 환호와 긴 여운으로 건배를 몇 순 기울이고 지난 얘기를 안주와 인생 삼아 몇 마디 섞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던 것 같다. 결과가 좋아서 모두가 해피한,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연아느님의 우월한 스피치

말이 필요 없다..

201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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