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 연대기 4: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한다

터키의 역사로서 이해하고자 했던 비잔티움은, 어쩌면 터키에 남긴 것이라곤 성당이나 성벽과 같은 구조물뿐 현재 터키에 사는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4권을 읽으면서 어떤 근거를 찾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일종의 가설 같은 것이다. 실제로 오늘날의 터키가 비잔티움 제국 이후 오스만 투르크를 거쳐 정치 체제를 근대화한 터키 민족의 국가라면 로마인을 자처한 비잔티움과는 민족과 문화가 하나의 맥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비잔티움 연대기 4권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한다’ 편에서 투르크 족은 1045년경에야 비잔티움 역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제국의 군사력이 쇠퇴하고 재정이 악화되며 부와 권력이 일부 계층에만 집중되고 있을 때 유목과 약탈을 생업으로 하던 투르크 족이 비잔티움 제국의 영토를 침범한다. 그러나 오늘날 터키 지역을 차지하게 된 역사의 시작이었다고 보기엔 겸손하다 싶을 정도로 비잔티움 제국에 경외감을 표시한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충돌, 혹은 비잔티움과 투르크의 충돌은 현재에 어떻게 이르렀는가.


투르크 족의 활약이 비잔티움 연대기 5, 6권에서는 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겠는가 짐작해본다. 이슬람의 색채가 덧칠해진 성 소피아 대성당은 21세기 터키 민족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가. 비잔티움 역사에 대해 주인 의식을 갖고 있는 곳은 그리스인가 터키인가. 터키를 이해하고자 했던 시도는 4권에 이르러 예상하지 못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만약 나의 가설이 사실이라면 현대에 이르러 비잔티움은 어디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다 보니 하긴 맥이 끊긴 역사가 한둘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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