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하드 럭

두 개의 다른 이야기인데, 두 권으로 내기에는 짧은 소설이라 한 권에 담았을까. 익숙하지 않은 영어에 언뜻 하나의 제목으로 보일까 싶어 그랬을까. 아니면, 한가지 주제를 다르게 표현한 두 작품이라는 뜻이었을까. ‘하드보일드’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좋지 않은 일을 당해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의 형용사라고 한다. ‘하드 럭’은 불운. 지인의 죽음이라는 불운 앞에 담대해야 한다고, 요시모토 바나나는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세상에 맞서 하드보일드했던 옆집 나이 많은 누나처럼.

죽음이 삶과 같이 있고 살아있는 사람의 논리로 해석되지 않는 죽은 이의 실재가 우리 곁에 있을 때, 정말로 무서운 것은 유령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외딴 여관의 프런트 아주머니가 그런다. 어제 불에 타 죽은 아이와 오늘 전화로 통화한 것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죽어서도 유령으로 떠도는 아이마저 어쩌지 못하는 삶의 주어진 길과 그 길의 인간이 무서운 것이다. 우발적인 사고든 계획된 의도이든, 삶과 죽음을 가르는 사건에 인간의 업보가 담겨 있기 때문 아닐까.

과로하다 죽지는 말아야지, 다짐한들 삶의 그물을 모두 피해 살아남을 리 만무하다. 죽은 이는 어떨지 모르지만 사랑했던 이의 죽음은 살아남은 사람에게 삶을 다시 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운명과 그 운명이 엮어내는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화두 아니었나 싶다. 가능한 담대하게, 추억을 정리하는 다양한 방식에 놀라지 말고, 새로운 관계를 억지로 피하려 들지 말고 너의 갈 길을 가라. 펑펑 울고 기억을 되새기다가도 시간은 삶을 중심으로 흐르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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