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작가는 오늘을 산다. 기준을 세워 인터넷 신조어를 취하고 악플러를 꾸짖으며 세상에 말을 건넨다. 그래서일까. 그가 활동하는 그의 블로그, 홈페이지 등에는 심지어 그에게 정치를 권하는 팬들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어지러운 세상 속 존경할만한 위인을 갈구하는 이들에게 그의 바른말이 통쾌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작가로서 글로써 소통하다 TV로, 라디오로, 인터넷으로 그 영역을 넓힌 이외수 선생이 대중의 지지를 폭넓게 얻는 가운데 특이한 책 한 권이 발간되었다. 하악하악.


민물고기 도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총 64종의 민물고기 세밀화가 각 페이지에서 펄떡이고 더불어 한 글자도 상투적이지 않으려 고심한 흔적이 유쾌한 글이 되어 책을 뒹군다. 본래 그의 블로그에 올렸던 글들이라는데, 잠언집과 유사한 모양이나 꿰이지 못한 구슬처럼 흩어지지 않고 몇 개의 주제가 그것들을 엮어낸다. 목차는 오히려 무색하다. 총 5개의 장 – 털썩, 쩐다, 대략난감, 캐안습, 즐!. 그보다는 그의 라디오, 인터넷에서 공통으로 접할 수 있는 몇 가지 화두가 250여 페이지를 관통한다.


문학의 기능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홀대를 받는 것이 현실이라면, 우리는 문학이 주는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음이리라. 문학이 주는 상상력, 감정을 순화시키는 힘을 느끼고도 책을 덮음과 동시에 현실과 괴리되고 만다면 적절한 수단을 활용하지 못한 탓일 것이다. 모든 책이 ‘하악하악’과 같은 형식을 따를 필요는 없지만 내 서재에 한 권쯤 있어야 좋을 책. 하악하악. 작가의 생각 모두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나 섣부른 견해는 이 글에 싣지 않도록 한다. 그보다는 어떤 가르침을 다시 듣고 싶을 때 이 책을 또 잡을까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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