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이외수의 소통법,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는 이 책은 책장을 넘기면 향이 난다. 어릴 적 엄마의 화장대에 놓여 있던 크리넥스에서 휴지 하나를 톡 뽑았을 때 느꼈던 두툼하고 향긋한 그 냄새. 55종의 야생화가 인쇄되어 있고 소통을 큰 주제로 삼은 이 책이 한 권으로 된 책으로서 어린 날의 옛 기억까지 들추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매일같이 부딪히지만 점점 더 어려운 사람살이 그 와중에 쪼르르 달려가 푹 안기고 싶은 편안함이 이외수의 소통법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기어 위안을 얻고 보니 그대조차 가녀린 야생화였음도.


남자의 시각에서 남자로서는 어색한 사고방식과 심리, 그에 따라 겉으로 드러나는 여자의 행동 양상에 대해 납득할만한 이유를 일러주는 작가는 스스로에게 半俗半仙의 자리를 마련해주고 속계의 우리에게 사람답게 사는 법을 이야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강원도 화천의 산속에 은거하면서도 서울에 사는 독자의 동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훤히 알고 있으니 반속반선이라 할 만하다. 속계에 빠져 허우적대는 독자에게 어떻게 살아야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 가르침을 전하고자 도서를 출판하신 것처럼.


오늘도 곁을 지키고 있는 아내에게 잘 해주어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 아내도 자신이 왜 그러는지 잘 모르고 있을 테지만, 남편이 되어서 한 가정의 가치관을 바르게 하고 아내도 잘 모르는 아내를 수용하는 것이 행복과 사랑의 기본임을 깨닫는다. 세상사에 막혀서 옴쭉달싹 못하고 흔들릴 때 다시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여자를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아니라 내 안에 필요한 여성성을 불러야 할 때 읽어야 할 내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너무 많은 유혹과 욕망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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