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유혹, 스페인

책 발간연도 기준 스물여덟, 아마도 80년생인 듯한 여기자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스페인으로 떠났다. 많지 않은 자금으로 6개월을 이국에서 보내며 그녀가 찾고자 했던 것은 인생의 방향타. 한국에서 무척이나 바빴던 것 같고 그러면서도 꾸준히 여유를 찾아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특별히 스페인의 유혹에 넘어간 것은 무슨 연유인가. 아마도 그녀의 나이에 주목을 해야 할 것이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떠난 여행이었던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 점을 작가는 탐탁지 않아 할 것 같지만.


느긋하게 멋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 지역마다 다양한 언어만큼 개성 있는 민족들, 그것이 지나쳐 축구에서조차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같이 열정을 다투는, 스페인. 그 안에서 언제, 무엇을 보아야 하고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자유로운 이십 대의 여성에게서 듣는다. 초반의 원대한 서술이 끝을 맺지 못하고 작가는 날름 귀국해버리긴 하지만, 작가가 다닌 길목길목이 남긴 이야기는 담백하고 여유롭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해외에서 6개월 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이만큼 즐길 수 있었던 작가가 부럽다.


여행기를 즐겨 읽는 이유는 내가 다닌 곳, 다녀보지 못한 곳을 다른 이의 시선으로 보고 싶기 때문이다. 서른 즈음에 인생의 방향을 깨닫고자 떠난 이의 이야기는 특별하다. 인생을 산다면 스페인 사람처럼, 아니 어쩌면 작가가 내면에 키워온 가치를 투영시킨 이국의 사람처럼. 그들은 진정 경쟁보다는 조화를 통해 서로 어울리고 오늘을 즐길 줄 아는 삶을 살고 있을까. 가끔 이곳의 삶이 버거울 때 지구 저편에는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로 마음의 위안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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