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승화

1. 지킬 앤 하이드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장당 10만 원 하는 ‘지킬 앤 하이드’를 관람하였다. 지킬과 하이드 역을 맡은 주연 배우의 엄청난 성량과 몰입된 연기에 감동, 또 감동. 무대 위 거울과 관람석 좌우 측 벽면을 활용한 그림자 효과가 신선했으며 ‘지킬 앤 하이드’의 주제의식에 대해 관람 내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정신 이상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구하고자 연구에 착수한 지킬 박사가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하고 특히 악을 제어할 수 있다고 믿는다. 권력과 위선을 가진 이사회 위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자 스스로 약물을 투여하고 예상하지 못한 효과로 지킬 박사는 하이드와 본래의 자신을 드나든다.

인간이 도덕 혹은 사회적 관계 아래 감추는 파괴의 욕망을 하이드는 거침없이 뿜어낸다. 그것은 사회 지도층의 위선을 찢고 자신의 욕정을 투영한 한 여인을 탐하며 – 그녀도 결국 죽이지만 – 지킬을 괴롭게 한다. ‘지킬 앤 하이드’라는 캐릭터는 다소 극대화된 성격의 인물이지만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밤마다 어린 여자를 품는 주교, 그런 그를 선교 현장에서 순교했다며 슬퍼하는 사회는 지킬 앤 하이드의 이중성과 과연 얼마나 다른가. 모순이 갈등의 끝으로 치달을수록 그 모순은 일말의 부작용을 남기고 해소되기 마련이다. 배우들의 연기, 노래, 연주, 장면, 연출이 주는 감동이 보기 드문 수작이었다.

2. 쌍화점

주말에 영화를 두 편이나 봤는데, 하루는 쌍화점 하루는 과속스캔들 이런 식이었다. 보기 거북할 수 있는 동성애의 장면이 격정적으로 흘렀고 그보다 아름다운 정사신이 그 감정의 선을 조심스레 고르며 필요한 만큼 필요한 곳에 있었다. 원나라의 공주이자 고려의 왕후인 노국공주가 속국의 젊은 호위 무사와 알몸으로 살을 섞어야 하는 감정과 이후 연정을 품은 여인으로서 젊고 왕성한 남자와 격렬한 사랑을 나누는 감정이 한 여인의 눈빛과 몸짓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젊고 왕으로서 유능한 공민왕이 결국 누구에게도 사랑받은 적 없다는 것을 깨닫고 숨이 멎는 순간까지 슬픈 눈을 감지 못했고, 숨을 거두는 순간 홍림은 살아있는 공주를 보고 자신이 칼을 꽂은 왕을 향해 무거운 고개를 돌렸다. 자발적인 사랑과 외압으로 처해지는 위선된 사랑의 몸짓, 신분을 초월한 이성 간의 사랑과 동성의 사랑이 모두 아름답고 안타까운 영화. 고려가요가 리듬을 타고 흐르고 왕과 무사가 힘차게 말 달리며 활을 겨누는 장면이 모든 미묘한 감정을 아우르고 있었다.

쌍화점 MV

가시리 가시리잇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날러는 어찌 살라 하고
버리고 가시리잇고

잡사와 두어리마는
선하면 아니 올세라

설온 님 보내옵나니
가시는 듯 돌아오소서

3. 과속스캔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딱 박보영 같은 딸 하나 낳으면 좋겠다.

‘황! 기동입니다!’ / ‘죽었다매?’ ‘그냥 지금 죽여버려요’ / ‘너 딸이 몇 살이라고? 언제 손자 보냐? 낄낄’

사랑 그것은 엇갈린 너와 나의 시간들 스산한 바람처럼 지나쳐 갔네
사랑 그것은 알 수 없는 너의 그리움 남아있는 나의 깊은 미련들

아마도 그건|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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