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 경제

‘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라는 책을 읽고 있다. 전 세계로 파급된 경제 위기의 진앙 미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부동산과 그를 둘러싼 금융 산업을 중심으로 신문의 특집 기사 모음처럼 이야기를 전개한다. 미국인이 이야기하는 아메리칸 드림이 부동산 혹은 집을 일컫는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다면 좀 더 일찍 사달이 난 일본과, 현재 진행형인 중국과, 여전히 부동산 불패 신화를 끙끙 안고 가는 한국과 다르지 않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강남에 근무하면서 강남에 살고 싶지만 현재 신림에 사는 국민으로서 한국의 부동산에 유감이 많은 나는 요즘 고민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을 둘러싼 경제 전망임을 조심스럽게 고백하는 바이다.

단락을 넘기고 보니 사실 전망이라기보다 바람에 가깝다. 2009년 한국 경제에 바란다. 정도? 화장실에 앉아 아마도 간부급 어르신이 꽂아놓은 듯한 조선일보 경제란을 힐끗 보다가,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강남 집 산 사람 , 제2금융권에서 많이 빌려” |조선일보|

#1. 부산에 사는 박모(64)씨는 작년 1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 136㎡(41평형)를 16억 원에 사들였다. 앞으로도 서울에서 생활할 일은 거의 없지만 주택경기가 살아나면 투자 가치가 높은 데다 서울에 머물고 있는 자식에게 물려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2. 회사원 김모(47)씨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살고 있는 노원구 상계동 보람아파트에서 좀 더 큰 평수로 이사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둘째 아이에게 방을 마련해 주기 위해, 7년간 살았던 방 두 칸짜리 73㎡(22평형)에서 방이 세 개인 109㎡(33평형)로 넓혀간 것이다.

서울시에서도 주거 지역에 따라 아파트 매매의 특징이 확연하게 갈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와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지난 2006년 1월부터 작년 연말까지 서울의 주요 아파트 매매 실태를 조사한 결과, 강남·양천구 등 이른바 ‘버블(거품)세븐’ 지역은 지방 등 다른 지역에서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들인 경우가 많은 반면 노원·강서구 등은 주로 해당지역에 살아온 실 거주자들이 주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대출 비율 달라

양천구와 강남구의 경우 매수자가 매입한 아파트에서 직접 거주하는 비율은 각각 9.3%, 18%에 그쳤다. 그러나 노원구에서는 매수자의 40.3%가 새로 매입한 아파트에 입주했다. 주택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금융기관에 따라서도 지역별 아파트 매매 성향은 더욱 뚜렷이 나뉘었다. 은행보다 이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증권·보험·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은 금액이 전체 주택구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노원구(9.9%)보다 강남구(27.4%)가 세 배 가까이 높았다. 실제 강남의 역삼 래미안을 매입한 김모(44)씨는 집값(10억4000만 원)의 80% 수준인 8억여 원을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았다. ‘부동산114’ 김혜현 부장은 “주택 한 채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 강남 지역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일반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기 때문에 제2금융권을 주로 이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비강남권, 같은 지역에서 70% 이상 매수

강서구 방화동에 전세로 살고 있는 신모(여·40)씨는 최근 인근 지역 아파트를 한 채 사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강남 지역으로 이사 가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대부분의 집값이 10억 원을 육박해 자금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신씨처럼 강서·노원구 거주자들 중에 70% 이상이 같은 지역 아파트를 매수해 내 집을 마련하거나 그동안 살던 집을 넓혀갔다. 반면 강남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열 채 중 한 채 정도는 수도권은 물론 부산·울산·광주·전주·밀양 등 지방에 살면서 중대형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아파트 매매의 절반 정도(46.9%)가 타지 사람들에 의해 이뤄졌다.

 

노원구 주택담보대출 비율 오히려 높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주택을 구입한 사례는 2006년 69.8%에서 2008년 55.8%로 매년 줄고 있다. 주택구입가격에서 주택담보 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5.4%에서 30%로 소폭 감소했다. 이런 양상은 강남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 모습이다. 노원구 아파트 매수자의 절반 정도(49.3%)는 주택구입자금의 40% 이상을 금융기관 대출로 충당했지만 강남구 아파트 매수자는 24.5%, 양천구는 19.1%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강남의 경우, 대출 상한이 40%(담보인정비율·LTV)로 제한돼 있고 집값 자체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매수자들이 상환 능력을 고려해 대출 비중을 줄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강남권 아파트에 대한 수요층은 해당 또는 인근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두껍게 형성돼 있어 급매물 위주로 집값이 떨어지면 매수세가 모여드는 상황이 앞으로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방법

이번 조사는 서울 강남·강서·노원·양천구 등 4개 지역, 16개 아파트 단지에서 거래된 803건을 국토해양부의 아파트 실거래정보와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비교·분석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실거래 정보에서는 아파트의 기간별 거래 가격과 동·호수, 등기부등본에서는 아파트 실제 소유주의 인적 사항과 담보 설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조선일보
홍원상 기자 wshong@chosun.com

입력 : 2009.02.06 06:41

 

시장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경제 원리에 비추어보면, 과도하게 몰린 수요가 강남 일대의 부동산 가격을 몇십 억으로 올려놓았다.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부동산을 택한 사람들은 지렛대 효과를 위해 금융권에서 수억 원을 빌리고 매월 이자만 갚아나간다. 예를 들어 8억 원을 연리 9%에 빌렸다면 매년 갚아야 할 이자는 7천2백만 원, 월로 나누면 이자 비용만 월 6백만 원이다.

4인 가족의 가장이라면 식구들의 검소한 衣食을 위해 월 150에서 200만 원은 쓸 테고, 두 자녀에게 사교육비로 100만 원쯤 쓰려면 저금을 1원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해도 월 9백만 원의 소득이 있어야 한다. 월 9백만 원이면 연봉 기준 1억 8백만 원이다. 삼성전자에서 임원을 하거나, 강남에 상점 두 개쯤 갖고 있어서 매월 임대료를 받으면 역삼 래미안에서 살 수 있다. 매월 원금을 제외한 이자만 갚아나가면서.

애초에 자산 증식의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투기세력이라는 불명예를 감수하고라도 부동산 시장의 급락을 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파트 가격이 대출금보다 떨어지게 되면 나중에 대출 원금을 갚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언제? 아파트를 팔고 싶을 때. 아파트는 언제 팔고 싶은가. 회사는 인원을 감축하고 상점은 불경기로 임대료를 제때 입금하지 못할 때, 자녀는 결혼시켜야 할 나이가 되어 집 한 채라도 마련해주고 싶을 때. 강남을 뜨려고 부동산을 들렀더니 사겠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이 요즘 상황이다.

빌린 돈의 총계보다 시세가 떨어지면 차라리 안 팔고 버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올해 설날 덕담이 ‘결혼하라’가 아니라 ‘회사에서 잘 살아남아라’ 라지 않은가. 결혼을 좀 미루더라도 衣食 먼저 해결하는 게 생존 과제가 되어버렸다.

2009년의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발맞춰 실업자를 양산한다면, 상가의 공실률이 지속 증가한다면 이자 부담이 불능한 가계의 아파트부터 법원의 경매로 넘겨지기를 시간을 두고 반복할 것이다. 여전히 강남 부동산 불패를 믿고 돈 좀 있는 사람이 경매에서 아파트를 낙찰받았는데 부동산 가치가 계속 하락하기만 하는 경우. 이제는 오르겠지 하고 다른 사람이 그 아파트를 다시 낙찰받는 경우. 그렇게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아파트 값이 내려가면 결과적으로 대출 없이 형성된 타 지역의 아파트 가격으로 수렴할 것이다.

모든 현상의 근본은 경기 침체가 언제까지 진행될 것인가로 귀착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는 돈을 갚지 못할 사람에게 고리의 자금을 빌려준 것이 원인이 되었다. 그것이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소비와 생산이 위축되면서 대한민국의 소득 수준을 낮추고 있다. 한국의 부동산 관련 대출도 자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하게 되면 이미 경기 침체는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있을 것이다.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서서히 연착륙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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