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80세가 넘은 老 언어학자가 세상의 진실을 규명하는 자신에 대해 투사가 아닌 세상사를 염려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미국의 폭력성을 성토하는 그가 미국 유수의 대학인 MIT에서 29세부터 현재까지 교수직을 맡고 있는 것도 미국의 힘이 아닌가 싶었다. 1999년 11월 말에 있었던 촘스키와의 인터뷰를 수정 보완하여 2001년에 처음 출간되고 한국에는 2002년에 번역, 소개된 이 책의 제목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는 책의 13개 꼭지 중 한 꼭지의 제목이다. 제목이 아우르지 못한 다양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을 통해 듣는다.


지식인의 역할, 표현의 자유, 자본주의, 민주주의, 언론, 권력 등에 대해 두루 이야기하면서 일관되는 주제는 사회의 약자를 위해 본인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으로 대변되는 거대 권력이 언론과 소비, 경제 시스템 등을 통해 전 계층의 의식 수준을 호도하고 있어 쉽지 않다고 한다. 천박한 소비문화에 빠져드는 대중에게 의식의 각성을 호소하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 교류로 진실을 바로 알 것을 기대하는 老 학자의 인터뷰는, 10여 년이 지나도 여전히 오늘을 설명하고 있다.


꼭지 중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에서 읽은 글귀가 감명 깊어 옮겨본다.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유행하는 소비재와 같은 천박한 것’에 집착하는 인생관을 노동자들에게 심어주면서 장시간 노동을 기꺼이 수용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연민, 타인과의 연대 등과 같은 위험한 생각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요컨대, 인간의 가치를 완전히 망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238페이지가 담은 인터뷰에는 훨씬 더 많은 뒷이야기가 배경을 이루고 있어 한 번의 독서로 이해하기에 쉬운 책은 아니다. 다만 언어학자로서 쉬운 표현을 통해 진실을 알릴 수 있다는 그의 면모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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