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들

꽤 오래도록, 삶의 생생한 즐거움이 없는 채로 살았다고 보여집니다. 심리검사지에 무심하게 마킹하면서 나도 몰랐던 문제점들을 드러낸 모양이다. 삶의 생생한 즐거움… 분명히 그랬다. 긍정적인 긴장이 차오르고 그것이 환희로 터지는 경험을 언제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감정의 기복을 누르고 살고 있는 건 그럴만한 무엇이 없기 때문이기도, 그것이 의미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느낌만큼 삶에서 의미와 재미를 박탈하는 일은 없다. 나는 그대에게 소중한 사람이 아니다.
9월 13일

내가 그대에게 하소연 할 수 없듯이 그대도 내게 말 못할 사연을 가득 지고 가는 거겠죠. 이것이 그대에게 믿음이고 배려인가요.
9월 10일 경기도 하남

결혼식 사회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아내와 데이트 좀 할라치니 아들 봐주실 분이 없다. 부부간에 데이트를 할 여건이 안되니 남들 만나다가 바람을 피우게 된다면 좀 비약일까.
9월 8일

믹키유천이랑 닮았지만 좀더 잘생긴, 6년 연하의 5촌 조카를 3년인지 4년만인지간에 만났는데 지하철 플랫폼에서 형, 그러며 90도 인사를 꾸뻑, 두어 번 하는 걸 뒤로 하고 헤어졌다. 순간 주위 사람들 이목 좀 받은 것 같은 느낌이랑, 조카랑 형제 맺는 느낌도 괜찮은데.
8월 31일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연애 하듯이. 외롭지 않게 같이 살아주고 밥도 지어주고 아들 건사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살자.
8월 29일

우리는, 너와 나는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다. 눈물 흐르는 너의 얼굴 위로 담담한 표정을 띄웠지만 촛불처럼 가느다란 심지가 까맣게 타들어갔다. 훅 불어 꺼버리면 불꽃은 멈추고 타는 가슴도 잦아지겠지만 그렇게 굳어진 하얀 마음에 다시 불을 피울 수 있을까. 제자리를 잃은 초처럼 벽장 어디쯤을 뒹굴다가 부러지고 버려질 것이다. 우리 아까운 젊은 날 한시라도 그렇게 둘 수는 없다.
8월 28일

내 나이 스무살 때 인생과 사랑을 이야기해주던 스물한 살 먹은 누이가 있었네. 지금은 어디에 어떻게 있는지 알 수도 없는, 그리워 보고픈 누이.
8월 20일 경기도 구리

아차 싶은 순간들
1. 선배가 지시한 일을 잊고 퇴근하려는데 그거 어떻게 됐냐고 질문 당할 때
2. 내일해도 되는 일 내일로 미루고 지하철 타러 가는 길에 두고 온 책 생각이 퍼뜩 날 때
결론 : 퇴근 준비는 집중력있게. 쫄지 말고.
8월 13일 경기도 성남

올해도 어김없이 에어컨이 간절한 일주일이 있었고, 이만하면 지나갔다. 고 본다.
8월 10일 경기도 하남

한 1년 8개월만인 것 같은데,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계약서 들여다보다가 정신 차리니 이 시간이다. 눈에서 토 나올 것 같다.
8월 8일

유난히 더운 날이 있다. 연이어 오던 지하철이 세 정거장을 통털어 한 대도 오지않고 한 시간 거리의 출근길이 20분을 더 보태는 날은 잠깐 멈추고 그날 일진을 의심해야 한다. 새벽같이 일어나 브라질전 올림픽 축구를 시청한 날은 더욱.
8월 8일 경기도 과천

상업으로 복귀한지 딱 한 달이 되었고 나쁘지 않은 첫 거래를 성사시켰다. 석탄으로는 뿅뿅물산 처음인 인도 시장에서 제일 많이 산다는 발전소가 거래하자는 메일을 보냈다. 피해있던 시간을 짧게 보내자 다시 코가 꿰인 느낌이다. 단단히.
7월 31일 경기도 하남

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아들이 오늘까지만 다니게 되었다. 세 살 또래 친구들과 다시 만날 일이 있을까 생각하니 맘이 짠하다. 인사도 제대로 못했을텐데 마지막날인 오늘 감기 때문에 결석을 했다. 교사 세 분이 정성껏 써준 한 장의 편지에는 서준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 기대가 담뿍 담겨 있었다.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지만 아들에게 제일 큰 양보를 구한 것이 못내 미안하다.
7월 31일 경기도 구리

경축! 아들 처음으로 팬티 입은 날.
7월 29일 경기도 하남

이런 고백을 해도 되나 고민했었는데 루키 형님도 그랬구만! RT @silverytale <특히 확신을 갖고 소설을 쓰고있는 건 아니다. 언제나 무엇을 써야 좋을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라는 시점에서 쓰기 시작한다.. ‘최초의 문장 한 줄’ 만 써놓고, 그 뒤는 어떤 흐름에 맡겨져 생각나는대로 쓰여진 것일 뿐이다..’ 아직 경험하지 않은 기억을 더듬어 나간다’ 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루키
7월 19일 경기도 하남

늦은 밤 얼마 남지 않은 하루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러 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 같이 놀던 친구들 떠나고 휑하니 남은 초저녁 학교운동장처럼 정리되지 못한 앙금이 더께 쌓이듯 가슴에 자꾸 쌓인다. 어쩌지도 못하게.
7월 19일 경기도 하남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영원함을 상징하는 보석 다이아몬드의 고향은, 사실은 지구가 아니랍니다~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생산지, 남아프리카 빅홀과 다이아몬드의 숨은 정체를 소개합니다! http://j.mp/MSXRR7
7월 10일

누구든 내게, 그렇게 살아서 되겠냐고 시비를 걸어주었으면. 기천일수 한토막, 양껏 부릴 수 있게, 구실 좀 주었으면.
7월 4일 경기도 구리

관계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를테면 우리는 짧은 사이 서로 익숙해지던 관계겠지. 난 또 느리게 알고 오래도록 담아두는 편이라 짧게 만나고 헤어지는 게 편하지가 않네. 우리 함께한 어떤 일은 인상에 남아 영감을 주는 기억으로 남기를. 느슨한 관계가 남아 가끔 서로의 소식이 옅은 그리움으로 환기되기를.
6월 27일 경기도 하남

MP3가 CD의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을 때, MP3의 구성 원리와 재생 방식을 열변하며 결론적으로 후진 막귀들이나 듣는 형식이란 글들이 있었다. 이제는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건 그들의 논리가 틀린 탓일까, 더이상 그런 말할 필요가 없어서일까.
6월 22일 경기도 하남

세상에, 3G 로밍이 안되는 나라가 있다.. — Midian Hotel에서
5월 30일

와사비를 왕창 먹고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5월 8일

봄이 짧다 못해 없어졌다고 하는 말들이 의아하다. 셔츠 한 장 걸친 한여름 밤에도 삐질삐질 땀 나는 것 생각하면 요즘 공기는 상큼하기까지 한데.
4월 30일

그냥 그때, 우린 그냥 서로를 잘 몰랐던 셈 치자. 이제와 아, 이런 면이 있구나 해봐야 뭐 어쩌겠는가.
4월 21일

세 살된 아들이 고집을 부린다. 그 어린 아기도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고서는 완력으로 어찌할 수가 없다. 세 살이면 벌써 한 인격이다.
4월 21일

문득, 아이폰이 지겹단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덜 진화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안드로이드로 언제든 갈아탈 것이고 그땐 IOS가 그립겠지. 문제는 좋은 것 덜 좋은 것이 아니라 변화 그 자체인 것이다.
4월 21일

동물보호구역 내에 있는 레스토랑에 테이블 이곳 저곳이 모두 가족 단위로 채워져 있다. 훗. 2박 3일 마지막 지역연구만 마치면 나도 가족과 같이 방바닥에서 TV나 보며 거짓말처럼 지나버린 1년을 떠올려주마. 이방인 처지도 이제 끝이다. — Pilansberg National Park – Manyane Gate에서
3월 8일

대통령 정도 되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대립의 중심에 서서 조율하기는 커녕 사회 합의가 안 된 일을 독단으로 진행하려고만 하니까 모두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다. 다음 대통령은 공공의 이익과 안녕에 우선의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분이 되었으면.
3월 8일

Brewers&union, Mahogany room, 액자에 걸린 흑백사진, 재즈 재즈 재즈.
3월 4일

95년에 산곡남중학교에서 전교 1등으로 졸업하고 고3 모의수능에서는 전국 200등 근처도 해봤어. 인생이 모두가 한줄로 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때 재수를 포기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선택이 버려지고 있었지. 먼저 간 사람 거의 다 간 사람 때문에 뒷전에 있다고 생각할 필요 없어. 내 선택이 옳다고 믿는 만큼만 하루 한달 한해씩 가고 있으면 돼. 삶에 제출기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3월 1일

여행객의 풍경이 정겹다. 영어회화사전을 정독하는 중국인 아주머니, 가볼 곳을 종이에 옮겨적는 한국인 아가씨, 오만과 편견 영한본을 몇 번이고 펼쳤다 닫는 모습에서 그들의 설렘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낯선 것에 대한 타인의 부푼 기대가 왜 이다지 보듬어주고 싶은지. — Cape Town International Airport Flight SA372에서
2월 21일

시간이 지나면 감동은 잊혀지고 기억만 남는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조차 사라지고 아련하게 추억이 남는다. 다시 오지 못할 것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가능한 경험을 반복하는 것은 쉽게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이 삶에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2월 4일 Kempton Park, Gaut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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