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지 마세요. 도로에 양보하세요.

요하네스버그에서는 걸을 수가 없다.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을 도신 바람의 따님께서 요하네스버그를 다녀가셨는지 모르겠지만 고생깨나 하셨을 것이 분명하다. 그분만큼은 아니어도 걸어서 쏘다니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주 곤욕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칼럼에서는 보행자에 대한 배려가 매우 부족한 요하네스버그의 도로 사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걸으니 흑인, 뛰자니 백인

요하네스버그에서 살기 좋기로 이름난 포웨이즈나 데인펀의 도로에는 걸으니 허름한 흑인이요 뛰자니 털면 손에 땀만 묻을 핫팬츠 차림으로 조깅하는 백인뿐이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 가장자리 비포장된 길을 보자면 걸어다니는 시민 중에 구청으로 출근하는 직원은 없는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도블럭을 깔아주세요 하고 청원을 넣으면 왜 걸으세요 차로 다니세요 하고 반문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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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이려니 하면 다닐만 할지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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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흑인이 마주 걸어오면 움찔할 폭의 步道

보행자는 당당하고 싶다

숨은 횡단보도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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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는 편안하게 걷고 싶다. 딱 저만큼의 횡단보도는 불편하고 부끄럽다. 보행자용 신호등은 심지어 제때 녹색등으로 바뀌지 않는 곳도 있다. 이 도시에 무단횡단이 많을 수밖에 없다. 보도를 포장하고 폭을 지금의 두배로 넓힌다면 사고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차도는 좋아요?

칼럼을 이렇게 전개하니 차도는 대단히 훌륭할 것 같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건 운전자도 못지않다. 중앙선 하면 한결같이 노란색 두 줄을 떠올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 나라의 중앙선은 모양도 색도 다양하다. 심지어 중앙선과 차선이 똑같이 생긴 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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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색 한 줄로 된 중앙선: 가장 보편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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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과 모양이 같은 중앙선: 역주행이 아닙니다

차나 사람이나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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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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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깊다

 

주야간을 불문하고 도로사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부주의 운전 한 번에 훅 갈 수 있는 것이 저런 pothole이다. 실제 도로에서는 왼쪽 사진보다는 좀 덜 만나게 되고 오른쪽 사진보다는 좀 덜 깊다. 하지만 바퀴 하나가 쏙 들어갈 만해서 고속 주행 중에 못보고 밟게 되면 타이어 손상은 물론이고 차체가 덜컹 크게 흔들려 위험하다.

정리합시다

옛날 아파르트헤이트 정신으로 자동차 우선의 도로가 조성되었고 만델라 정권 이후 우선 순위에서 밀려 도로 정비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혼자 짐작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불편을 감수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고 초라하게 칼럼을 마친다.

 

201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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