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돈 아끼다가 큰 코 다친다
요하네스버그의 도로는 다양한 직업의 시민이 근무하는 곳이다. 커다란 검은 봉지를 들이밀며 아무거나 넣어달라는 사람, 신체 결함이나 불운한 가정사를 적은 골판지를 보이며 조금만 도와달라는 사람과 같은 걸인이 있는 반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원도 있다. 품목도 다양해서 비드 공예품이나 선글라스 같은 비교적 작은 물품부터 벽시계나 대형 거울처럼 부피가 큰 물품을 들고 다가오는 상인도 있다. 줄 것이 없다거나 구매 의사가 없음을 보이면 쉽게 물러가는 이들과 달리, 정지신호에 서행하는 차를 향해 돌진하여 무턱대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소 위협적인 분들이 있으니 이곳 요하네스버그에서는 그들을 window washer라고 부른다.
접니다, 윈도 와셔
한 손엔 액체세제 한 손엔 와이퍼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멀리 window washer가 보이면 정지선까지 가지 않고 미리 서 있다가 최대한 근접했을 때 액셀러레이터를 살짝 밟아줌으로써 자연스럽게 표적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쓰고는 하는데, 이것도 여럿이 덤비거나 뒤에 따라오는 차가 없을 때는 소용이 없다. 한 달 정도 지난 지금까지 앞유리를 닦여본 것이 두 번 정도이고 거절한 경우는 꽤 많다. 도시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특히 여럿이 몰려 있고 호전적으로 무턱대고 닦아주는 곳이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도는 주요 지역에서 현재 거주하는 곳까지 내비게이션을 통해 이동하는 경로이다. 왼쪽 위에서 두 번째 파크모어와 샌돈 사이에 있는 곳이 숙소이고 다른 곳은 각각 대형 쇼핑몰 마크로, 유선전화국 텔콤 오피스, 다운타운 근교의 비츠 어학원과 오알 탐보 국제공항이다. 남북을 세로로 긋는 고속도로 M1에서 지선인 Grayston Drive로 빠지는 길목이 window washer가 많기로 악명이 높은데, 지도 상의 경로를 따르면 모두 그 길목을 통해서 숙소로 들어오게 되어 있다.
구글 스트리트뷰에도 당당히 찍혀있는 윈도 와셔. 많은 날은 너댓이서 달려든다.
동전을 비치하세요
처음 앞유리가 닦였을 때는 액체세제로 시야가 뿌옇게 되자 당황해서 큰 소리와 제스쳐로 극구 말리는데도 공짜라며 기분 좋게 닦아준 덕분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후로도 몇 번 그들을 지나야 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악셀을 밟은 덕분에 어렵지 않게 물리칠 수 있었다. 그래도 유사 시에 대비하기 위해 동전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두 번째 닦였을 때였다. 이웃 동료를 옆에 태우고 위의 길목에서 서행하는데 둘이 달려들며 미처 저지하기 전에 한 쪽씩 닦는 것이 아닌가.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두 손을 내저으며 거절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출발신호를 보고는 살살 악셀을 밟았는데 운전석 쪽을 닦은 와셔가 와이퍼를 안내려준다. 순간 ‘와이퍼 꺾으면 안되는데’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웨딩카 같은 자태로 숙소에 돌아왔을 뿐.
이렇게,
위험한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발행되는 주간 무가지 샌턴 크로니클 4월 27일자에 관련 기사가 났다. 기사에 의하면 어떤 경우 서비스를 받고 요금을 지불하지 않을 시 와이퍼를 꺾어버리기도 한단다. 두 번째 닦이면서 퍼뜩 들었던 걱정이 실제 일어날 수도 있었던 것이다. 미국 뉴욕에도 같은 와셔가 있었는지 Rudulf Giuliani 시장의 재임 시 강한 의지로 질서를 잡은 덕분에 범죄율이 현격히 줄었다는 사례와 함께 샌턴의 경찰은 그런 의지가 없다는 간결한 결론을 내리며 기사는 끝난다. 지도를 다시 보면 와셔 출몰 지점 바로 옆 동네가 다운타운보다 더 위험하다는 알렉산드라임을 알 수 있다. 1란드 동전 두 개만 차에 비치하고 있으면 안전할 것을 매번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샌턴으로 들어오실 모든 분들께 동전 두 개를 꼭 지참하시라고 말씀 드리며 본 칼럼을 마친다.
201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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