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슐랑가 안녕

한 달을 넘게 바닷가에서 살아본 것은 일생에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침에 먼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는 매일매일이 새로운 한 해인 듯 장관이었고 밤이면 유난히 크게 들리는 파도소리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술이 얼큰한 밤 바위에 쭈그리고 앉아 달빛이 일렁이는 파도를 보고 있으면 그리운 생각이 더해 오래도록 일어날 줄을 몰랐다.
음슐랑가 파도
파도는 어쩌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해변으로 불어 치는지, 길다란 파도가 해변에 가까이 올수록 빠르고 크게 해안선을 따라 마주치는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누가 말하기를, 파도가 치는 이유를 묻는 것은 임원형 질문이라고 했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것 같은데,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 그때야 바다는 청포묵처럼 미끈해질까 싶었다.

음슐랑가 낚시
낚시를 좋아하시던 분이 계셨다. 그분과 낚시를 한 번 가지 않은 것이 평생 풀지 못할 숙제로 남을 줄은 미처 몰랐다. 낚시는 손맛이라는데, 아침 저녁 가리지 않고 찌를 던지는 저들은 바다의 이쪽 끝에서 어떤 쾌감을 낚고 있을까. 낚싯대를 쥐어보지 않고는 평생 알 수 없을 그 맛을 누리려 오늘도 날이 저물도록 음슐랑가에는 낚시를 던지는 이들이 가득하리라.

흔치 않은 풍경
해가 매일 뜨고 지는 먼 수평선과 눈앞에 가까운 파도는 음슐랑가에 가면 아무때고 볼 수 있으리. 같은 풍경을 담는 각도와 빛, 시간을 여하히 다루느냐에 따라 늘 거기 있음직한 사건도 흔치 않은 풍경 사진이 된다. 이 칼럼을 빌어 사진을 공유하여 주신 제일기획 이 모 국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음슐랑가의 흔치 않은 풍경을 감상해보자.
아리따운 모델
음슐랑가를 떠나기 위해 미련을 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신발을 벗었다. 해변과 맞닿은 호텔에서 맨발로 나가 모래밭을 걸었다.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무릎 아래로 부딪치는 인도양은 따뜻했다. 수면 아래 서면 파도가 음슐랑가의 잘지 않은 모래를 엄지발가락 높이만큼 쓸어가 버렸다. 프로 모델을 꿈꾸는 아가씨들은 하얀 달이 걸린 하늘과 짙푸른 바다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으로 모래밭에 피어났다.
음슐랑가 안녕
무시로 바다 곁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대부분 내륙에서 사는 것보다 최소한 하나를 더 많이 경험한다는 측면에서 훨씬 나은 삶인 것 같다. 여행이나 관광으로 음슐랑가에 있었다면 한 달을 머물고 쉽게 떠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해야 할 프로젝트가 있었기에 내륙의 산 보듯 바다를 볼 수 있었고 마치 오래전부터 터전의 절반이었던 것처럼 무심하게 떠나올 수 있었다. 그리울 때 언제고 찾을 수 있는 고향을 떠나듯.
201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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