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기원

경제에 대한 시각을 얻는 일은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부담과 효과를 줄까. 대학 4년 동안 전통 경제학을 전공한 나에게 그 짧은 경험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 형성에 큰 역할이 되어주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 경제학에 품을 수밖에 없었던 그 기본 전제에 대한 의문들로부터 ‘부의 기원’이 기반하고 있는 ‘복잡계 경제학’의 논의가 출발하고 있음이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모든 사람이 합리적이라는 가정, 시장은 균형상태에 빠르게 도달하여 외부 충격이 없을 시 균형을 이탈하지 않는다는 가정 등에 대해 이 새로운 견해의 경제학은 설득력 강한 논리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다윈의 ‘종의 기원’과 물리학의 열역학 법칙 등을 경제학에 접목시켜 ‘부의 기원’이라는 제목의 책을 저술한 저자는, 경제학이란 결국 부의 원천과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학문이어야 한다는 기본 취지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어느 대목에서 간단하게 밝혀버린 대로 부의 기원이 ‘지식’이라는 견해는 사실 새롭지 않다. 이 책의 가치는 부의 기원이 지식임을 밝힌 것보다, 전통 경제학의 기본 가정을 의심하고 인간의 경제 행동을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틀이 ‘진화’에 대한 이해에 있음을 밝힌 점이다.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자본의 공진화, 기업의 진화 등 경제 분야에 진화 이론을 접목시킨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우리가 아무렇게나 붙이며 피상적으로 이해하던 ‘진화’에 대해 일관된 견해를 얻을 수 있다.


그 이론만큼 아직도 진화 중인 ‘복잡계 경제학’을 바탕으로 쓰여진 ‘부의 기원’은 이론의 기본 개념만으로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다양하고 쉽지 않음을 독서하는 내내 느꼈다. 진화의 개념을 서술하는 장은 사전 지식이 없는 독자로서는 자체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려웠음을 고백해야겠다. 그럼에도 현실 경제에 적용이 되어 기업, 금융, 정치의 진화에 대한 통찰력을 읽는 대목에서는 내 주변에 실재하는 각 경제 단위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두껍거나 어려운 책을 읽고 나면 결코 한 번의 독서로는 해소되지 않는 갈증을 느끼면서도 멀리하기가 쉬운데, ‘부의 기원’은 언제고 필요에 의해 다시 손에 쥐기에 결코 모자라지 않은 책이다.

You may also like...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