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사생활
아기성장보고서에 이어 두 번째 읽는 본격 육아 지침서. EBS가 방송과 출판을 통한 수고를 아꼈더라면 대한민국의 예비 부모들은 얼마나 준비 없는 육아에 임하였을까 싶을 정도로 읽는 내내 감탄하였다. 다섯 파트로 나뉜 꼭지 중 다중지능, 도덕성과 자아존중감을 다룬 세 파트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아이의 사생활이란 제목이 무색할 만큼 결혼 3년 차, 직장인 6년 차 혹은 서른둘의 내 사생활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하였다. 육아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아이에 대한 이해의 툴은 고스란히 나를 이해할 수 있는 툴이기도 하였고, 그것은 사회생활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해 답을 구해가는 점검표와도 같았다.
회사 생활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 하고 있는 업무가 적성에 맞는가 혹은 이 일을 통해 성공할 수 있겠는가 하는 고민을 반복하였다. 아이의 사생활, 다중지능파트를 읽는 동안에도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회사와 업무에 대한 선택 이전, 대학의 과와 고등학생 시절 문이과에 대한 고민에 앞서 내가 어려서부터 잘했던 강점지능이 무엇이었을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나의 강점지능을 찾았다기보다 약점을 제외하고 남은 지능을 토대로 지금의 회사 생활을 잘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기도 하였다. 혹은 취업을 준비하던 몇 년 전에 같은 고민을 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었다.
예비 부모로서의 자질은 책 한 권으로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이미 자녀를 둔 부모의 육아 태도 역시 한순간에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책이든 방송을 통해서든 그 내용을 한 번의 자극으로 체득할 수 없는 만큼 반복적인 학습과 꾸준한 연습을 필요로 하는 교과서 같은 ‘아이의 사생활’. 내 아이에게는 나보다 나은 고민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내가 자라면서 했던 고민을 내 아이가 물어왔을 때 좋지 않은 부모로서의 흔한 경우를 저지르지는 않았으면 한다. 어떤 아이가 태어날까 기대하는 만큼 우리 아기도 바깥에 어떤 엄마와 아빠가 날 맞이하려고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최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