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성장보고서

EBS에서 5편에 걸쳐 방송한 다큐멘터리가 한 권의 책으로 엮인 ‘아기성장보고서’를 아내는 선배로부터 선물로 받아와 책장에 꽂아두었다. 임신 23주가 되었고 한 주씩 숫자가 늘어갈수록 아기를 먼저 가진 누군가에게든 조언이라도 들어야 실수 없이 아기를 만날 수 있겠다는 조바심이 난다. 주변에서 흔하게 듣는, 앞으로 고생이 많을 것이라는 협박? 공갈? 말고 이렇게 알아두어야 할 부모로서의 자질이 많은데 하는 생각에 과연 부모 노릇을 하기가 여간한 일이 아니었겠다는 측은한 마음이 든다. 아, 내가 지금 누굴 측은해할 때가 아닌데.

아기성장보고서답게 아기 행동 하나하나의 의미와 아기만이 갖고 있는 놀라운, 그러나 인간이 되는 과정에서 금세 사라지고 마는 능력을 쉽게 읽어주는 이 책은, 작고 여린 피조물로서의 아기를 어떻게 인간으로 키울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가장 최신의 연구 결과로써 답한다. 아기에 대한 사랑이자 안정적인 정서를 위한 애착, 학습 능력과 직결하는 언어를 습득시키기 위한 부모로서의 자세, 그리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가 이해하여야 하는 아기의 기질까지가 이 책이 다루는 범위이다.

30여 년을 자라고 살아오면서 쉽게 생각한 대로 애들은 스스로 크는 것이란 인식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 아니었나 하는 반성을 한다. 각각의 챕터를 읽어나가면서 끊임없이 나의 성장 과정에 대한 기억을 재생, 비교를 하고 있었다. 부모 ‘노릇’을 한다는 것이 그 하나만으로도 쉽지 않은데 직장 선후배, 가족, 사위, 친구로서 그리고 자아를 위한 삶까지 동시에 영위하려면 영리한 멀티태스커가 되는 수밖에 없겠다는 다짐을 한다. 복동이가 아내의 배 안에서 아빠에게 인생 최대의 도전을 주려고 오늘도 쑥쑥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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