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3: 칼과 영광
하루에 한 챕터씩 읽어가는데도 한 권이 길게 느껴지는 건 그만큼 시간이 고단하게 흐르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수면 부족, 지능 경화, 하릴없이 흐르는 업무 시간 같은 것들 때문에 날마다 조금씩 지쳐가다 퍽 하고 쓰러지기 직전이면 주말이 겨우 거기에 있었다. 무뎌지는 것들을 가다듬어보려고 주말에 시간을 쪼개어 몸을 단련하고 기술을 벼리는 등 내게만 온전히 유익한 시간을 찾아도 중심에 무겁게 흐르는 마음이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오래된 고민이지만 나날이 새로운, 그래서 찾기가 더 어려운 해답을 향해 표류하는 뗏목 같았다.
그래서 부러워하는지 모른다. 난세를 도움닫고 크게 일어날 수 있게 한 그들의 용기를. 그건 분명 신념에만 의지한 용기이거나, 철저한 준비였거나, 이도 저도 아니게 흘러간 시간의 무게였을 것이다. 어느 것도 극한 아닌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것에 비해 나는 구차하다 싶을 정도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너무 고단하게 살아온 것 같았다. 지적 욕구에서 벗어나 괜찮아 보이는 성적, 하고 싶은 공부보다 취직하기 좋아 보이던 학과, 진학보다 무난한 취직, 무난한 직종.
너무 많은 것을 부정할 수 없어 하나씩 덧대온 기득권이 이제 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는 방백은 용기없음의 방증일까. 안착하지 못하고 활주로 위를 저공비행하는 여객기처럼, 나는 연료 부족을 호소하는 중이다. 항우의 거침없는 무공이 얼마나 철저한 단련의 결과인지 모르지 않고, 더해지는 유방의 깃과 날개가 반평생을 관통한 그의 신념에서 비롯함을 잘 알기에 나의 삶이 전혀 다른 트랙 위에서 대비되어 도드라져 보인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오늘의 해답은 나날이 벗겨져 마르는 껍질 같고 문제는 날로 어려운데 머리는 굳어간다. 으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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