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오늘의 작가상 “모나코”
모나코.. 미안한 말이지만 과자 모나카와 헷갈리기도 했다. 제목과 작가와 짧은 심사평 몇마디로도 유추라곤 조금도 시도하지 못할 만큼 메마른 직장인이 되어 바쁘기만 하고 말라버린 정서에 물기라곤 전무한 입사 10년차에, 서점에 들러 돈을 지불하고 책 한 권을 샀다. 입사 전은 기억도 안나거니와 이후로도 분명히 책을 사 본 적이 없음을 확신하는데, 그것도 소설을 사서 당일 일독을 끝내고 이 밤 감상평을 쓰고 앉아있는 것은 분명 내 것 아닌 내 것인듯 내 것 같은 친숙함 때문이랄까. 오래된 작가에게서 느껴지는 원숙함이나 엄숙함은 없었다. 213 페이지의 문장 중에는 낯설거나 새로워서 신인 작가의 티가 나기도 했다. 그점은 오히려 관전 포인트여서 작가가 어느 인터뷰에서 얘기한 것처럼 ‘글이 멎은 어디에서 노인이 다녔을 법한 길을 따라 몇 시간 걷고 돌아오는’ 여정을 따라 생각을 걷기도 하였다.
기대한 사건은 최대한 숨이 죽은 채로 완화되어 노인의 기억에 남았고 나도 노인을 따라 얕은 기대와 아쉬운 수긍으로 그의 죽음을 맞이하였다. 소설의 무게중심은 노인의 고독사에 있겠지만 독자로서 재밌게 읽은 것은 면면히 깔린 블랙코미디였고 같은 가벼움으로 아프지 않게 진심을 말하는 진의 화법이 노인이 그랬듯 좋았으며 깊은 사유와 철학에 근간을 둔 작가의 (혹은 노인의) 해석이었다. 친절한 기창씨는 그렇게 ‘모나코’라는, 단단하고 굉장히 잘 짜여진 그의 첫 소설로 담담하게 등단했다.
축하해요, 기창이 형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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