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7: 뒤집히는 대세

초한지를 두고 유방과 항우의 리더십을 이야기하려면 7권까지 읽고 나서야 비로소 정형화된 두 리더십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7권에 이르러 유방의 스타일이 형태를 갖추면서 선순환을 착실히 쌓아가고 항우 역시 그 스타일이 고착화되면서 서서히 대세에서 밀리는 국면에 접어든다. 마치 장기를 두듯 넓은 장기판에 패를 하나씩 놓아 때로는 적을 무력화시키고 때로는 아군의 힘을 완전히 내 것으로 흡수하는 유방을 읽으며 리더의 자질을 곱씹게 된다. 유방의 그것이 이전까지는 요소요소에 필요한 자원을 스스로 모이게 하는 힘이었다면 7권에서는 비로소 그 자원을 펼쳐 어떤 장을 형성한다.

7권에 이르러 유방과 항우의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가 명확해지는데, 무엇보다 범증이 떠나고서 변변한 모사를 갖추지 못한 채 유방이 좌우하는 전국에 이리저리 쓸려 다니는 항우가 볼만하다. 어찌 보면 항우는 그릇에 걸맞지 않게 싸움에 능한 장수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고, 그것은 포석을 두듯 상황을 전개해가는 유방에 비교되며 더욱 두드러진다. 스스로 싸움의 재능이 탁월해서 오히려 전국을 읽는 자질보다는 개별 전투에 골몰하게 된 항우를 보며 반면교사를 삼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자질 면면은 그를 중심으로 모인 인재 누구보다도 떨어지는 유방을 보며 정말 그냥 그릇이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리더십이란, 어떤 과업이든 스스로 하려고 들면 점점 멀어지는 덕목이 아닌가 싶다. 남의 능력을 믿지 못해 스스로 골몰하는 사이 주변에 능력을 갖춘 재원은 모이기도 전에 떠나버린다. 유방의 리더십이란 모으지 못해 안달하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오게끔 하는 능력이고 그렇게 모인 자원이 각각의 쓰임을 찾게끔 하는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이제는 그렇게 성장한 세력을 자유롭게 흩고 모으면서 깨뜨리기 어려운 힘의 장을 형성하고 있다. 미루어 보면 유방식 리더십의 근본은 ‘매력’이다. 마음으로 충성을 맹세하고 죽음 앞에서도 적을 꾸짖게 하는 리더십이야말로 리더에게 매력이 없다면 있을 수 없는 것 아닌가.

You may also like...

댓글 남기기